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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리나 갤러리 인터뷰

1. 다양한 작품 재료 중, ‘천’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천을 재료로 선택한 이유는 옷을 입고 있는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극 사실주의 화풍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대상의 실제 모습, 즉 세계의 진짜 모습에 접근하기 위해서 작가의 주관이 배재된 최대한 있는그대로의 대상을 표현하여야 한다고 생각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캔버스가 아닌 천 위에 옷을 입고 있는 대상을 표현하여 기존의 극사실화에서 벗어난 저만의 표현 방식을 개발하였습니다.   

 

1. Among various materials, why did you choose ‘fabric’?

 The reason a certain fabric was chosen as the material was to reproduce the subject wearing a clothes as realistically as possible. This method of expression originated from the hyper-realistic painting style. In order to approach the actual appearance of the object, that is, the true appearance of the world, I thought that the object should be expressed as much as possible, excluding the artist's subjectivity. Therefore, I developed my own method of expression that broke away from the existing hyper-realistic painting by using  ready made fabric rather than drawing a suit on canvas. 


 

2.이번 전시 준비 중, 애착이 생긴 작품이 있을까요?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번 전시에는 감정과 관련된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이전까지는 감정의 제거를 통해 대상의 객관적 실체에 다가 갔다면 이번 신작은 타자와 감정을 통해 소통하며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래서 Reality 시리즈 작품에 애착이 갑니다.

 

2. for this exhibition, is there a work that you feel attached to? If so, what is it?

 This exhibition featured works related to emotions for the first time. Previously, the objective reality of an object was approached through the removal of emotions, but this new work expressed a group of humans who live by communicating with others through emotions. That's why I have an attachment to the Reality series. 


 

3. 이번 출품작 중, 캔버스에 천을 부착하여 신체의 일부분 또는 사람처럼 보이는 형태가 보이는데, 기존 판넬 형태의 작품에서 캔버스 형태로 변화를 준 이유가 무엇일까요?

  삼차원의 대상을 조각이 아닌 이차원의 사각 평면으로 표현하는 것은 대상의 양감이나 투시법 혹은 배경 처리 방법 같은 조각에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될 다양한 변수들을 고민하게 합니다. 즉 3차원에서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한 압축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으로서 판넬에서 캔버스의 형태로 작품의 베이스를 변경하는 것은 작품 대상의 표정과 감정을 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3. Among the works, there is a shape that looks like a part of the body or a person by attaching cloth to a canvas. What was the reason for changing from the existing humanlike shape form to a canvas form?

  Expressing an object in a two-dimensional square panel rather than 3-dimensional  sculpture makes one consider various variables that do not need to be considered in sculpture, such as the object's volume, perspective, or background treatment method. In other words, expressing an object in a two dimensional form rather than in 3 dimension makes creator goes through a process of compression through the artist's imagination. 

This process of changing the base of a work from a panel to a canvas allows room for more diverse expressions of the subject's expressions and emotions.


 

4. 이번 신작에서는 기존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눈물’, ’실수’ 등의 감정적 요소들이 보입니다. 그러한 감정적 요소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감정 이입은 그 대상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을때를 상상하는 것입니다. 초기 작품인 관계 시리즈에서는 대상에 대한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얼굴이 없거나 표정 없이 무색 무취의 걸음 같은 주관적 감정이 배제된 작품을 통해 세계의 객관적 실체에 다가갔습니다. 

 이번 신작에서는 눈물이나 실수 같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요소들을 사용하여 감성을 통해 다양한 시선으로 세계를 보아야 해석되는 세계의 참 모습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4. In this new work, we see emotional elements such as ‘tears’ and ‘mistakes’ that were not seen in previous works. What is the background to the emergence of such emotional elements?

 Empathy is imagining what it would be like to see the world from someone else’s perspective. In my early work, the Relationship Series, I used it as a way to approach the objective world by excluding subjective emotions, such as having no face or walking without expression and colorless and odorless, in order to approach the reality of the object.

 This new work uses elements of human emotions, such as tears and mistakes, to tell a story about the true state of the world that can be interpreted by looking at the world from various perspectives through emotions.


 

5. 빛비 시리즈는 기존의 작업 형태와는 결이 다르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빛비 시리즈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빛비 시리즈와 기존 작업의 관계도 궁금합니다.

 빛비 시리즈는 정면에서는 메마른 땅의 이미지이지만 측면으로 빛이 작품에 닿으면 하트가 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렇게 빛비 작업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한 작업입니다. 이전의 작품들 또한 감춰진 세계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친 흔적입니다. 빛비 시리즈와 기존 작업의 형태가 다르게 보일수도 있지만 결국은 우리의 색안경과 고정된 인식으로 가려진 세계의 참된 모습을 갈망하는 저의 몸부림입니다.  

 

5. The light rain series may feel different from your existing work. What prompted you to come up with the light rain series? I'm also curious about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light rain series and your previous works. 

 The light rain series is an image of a dry land from the front, but when light hits the work from the side, a shape of heart is visible. In this way, the light rain work is about a world that is invisible. Previous works are also traces of struggles to find the true face of the hidden world. The form of the light rain series and the existing work may look different, but in the end, it is my struggle to see the true image of the world hidden by our colored glasses and fixed perceptions.


 

6. Beethoven quartet no.15 in a minor, op. 132 3rd movement - molto adagio 노래를 들으며 전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하셨는데,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곡은 베토밴이 병상에 있다가 회복되어 작곡 되어졌습니다. 그래서 "병에서 회복된 자가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노래" 란 부제가 붙어있습니다.특히 이곡은 2분정도에 나오는 파트에 "회복" 그리고 두번째 부분에는 "새로운 힘을 느끼며", 맨 뒤에 파트에는 "가장 깊은 정서를 가지고"라고 표기 되어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저는 이 곡이 베토벤 개인의 가장 커다란 격정이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삶에서 맞아 뜨리는 충격의 경험은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벤트 입니다. 이런 연유로 예술과 충격적 경험은 서로 닮아있습니다. 삶의 큰 격변을 겪은 경험의 감정을 음악을 통해서 간접 경험하는것은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에게는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곡을 좋아합니다.  또한 제 작업의 주요 색은 양복천을 주재료로 사용하여 무채색이 주를 이룹니다. 들라크루아는 색은 단순한 자연의 모방이 아닌 감정과 상상력에 호소 하여야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처럼 색이 없는 시각 작품에서의 감정은 음악의 선율이 대신 메꾸어 줍니다. 전시장에서 자유롭게 떠도는 음률과 감정들을 통해 또 다른 세계와 조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6. Beethoven quartet no.15 in a minor, op. 132 3rd movement - molto adagio You requested that you be able to view the exhibition while listening to the music. Why did you choose this song?

 

 This song was composed by Beethovan after he recovered from his illness. That is why it is subtitled “A song of gratitude to God by a person who has recovered from an illness.” In particular, this song has “Recovery” in the 2-minute part, “Feeling new strength” in the second part, and “Feeling new strength” in the last part. It says, “With deep emotions.”

 

For this reason, I believe that this music contains Beethoven's greatest personal passion. A shocking experience in life is an event that makes us look back on our lives. For this reason, art and traumatic experiences resemble each other. I believe that indirectly experiencing the emotions of experiencing a major upheaval in life through music is a great blessing for those who enjoy art. So I like this song. Also, the main colors in my work are achromatic colors, using suit fabric as the main material. Delacroix said that color should appeal to emotions and imagination rather than simply imitating nature. As this saying goes, the melody and emotions of music make up for the emotions in visual works that lack color. I hope this will be an opportunity to encounter another world through the music and emotions floating freely in the exhibition hall.


 

7. 이번 전시를 통하여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삶에는 희망과 절망의 순간이 교차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합니다. 이럴때 우리는 타인의 따뜻한 배려와 공감을 통해 가장 큰 힘을 얻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Reality 즉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절망의 순간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내밀어준 손에 존재합니다. 이 세상에 나만 혼자 덩그러니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관심과 배려와 위로를 통해 함께 살아감을 느낄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7. Is there a story you would like to tell visitors through this exhibition?

 Life is full of moments of hope and despair. We grow through these trials. At times like these, we gain the greatest strength through the warm consideration and empathy of others. For me, reality, that is, the moment when I feel alive, exists in a hand held out for no reason in a moment of despair. I hope this exhibition will make you feel like you are not alone in this world, but that you are living together through attention, consideration, and comfort.

가나 인터뷰 2019 10 27

- 어떤 계기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첫 작품은?

  미대를 졸업하고는 바로 작업에 뜻을 두지 않아서 관심있어하던 건축 관련일에 종사했습니다. 그런데 건축은 설계나 시공 같은 창의적 분야와 건물의 용도나 비용 같은 현실적 분야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발표작업은 자화상 시리즈로 지금도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관계작업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 ㅇㅇㅇ작가라고 불린다면 어떤 타이틀이 좋을까요?

  ㅇㅇㅇ작가로 사람들에게 불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기에는 장점이 많은데 너무 고정되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예술을 정의할수 없듯이 저도 어떠한 타이틀로 불리기 보다는 좋은 작가, 괜찮은 작가로 인식이 되면 좋을것 같습니다. 

- 5살 아이에게 본인과 본인의 작업에 대해 설명한다면 ?

  ㅎㅎ~ 어렵네요... 작업만 보면 작가가 어떠한 사람인지는 알 수 있을 듯해서 작업만 설명해도 충분할 듯합니다.

  예전에 한 아이가 10분 정도 서서 제 작품을 주시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아이의 첫 질문이 "얼굴이 없어요~" 였던거 같네요. 

  자화상에서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얼굴이 없다는건 저를 포함하고 있는  인간에 관한 관심이 많은거 같습니다. 그래서 나의 작품은 나와 타인이 작품을 통해 서로 이어지고 이해하며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함께 탐험하는 출발선이다 라고 설명하고 싶네요.     

 

-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또는 시리즈가 있나요?

  관계 작품이 아직도 마음에 듭니다.

- 자신의 작업과 어울리는 음악이 있을까요?

  가사나 특정 언어가 들어가지 않는 음으로만 된 튀지 않는 라운지 음악이 어울릴 듯 합니다. 

- 작업 과정 중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 있다면?

  저는 보통 운전을 하면서 작업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합니다. 그래서 운전중에 괜찮은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서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 순간이 가장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중에 에너지를 가지게 되는 순간 또한 즐겁습니다.

- 현존하지 않은 예술가나 역사적 인물과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면 누구와 어떤 콜라보를 해보고 싶나요?

  현재 빌게이츠 재단에서는  인류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의적이면서도  효율성이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에 옮기는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분야는 조금 다르고 현존하지만 큰 틀이나 방향성에서는 예술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빌게이츠와 콜라보레이션을 해보고 싶습니다. 

- 최근에 본 작품or전시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은?

  작품은 아니지만 빌케이츠 재단에서 만든 하수처리장치가 최근에 가장 머리속에 남는 것 같습니다.

- 현재 진행중이거나 새로 계획중인 작업이 있나요?

  새로 진행중인 작업은 일출이나 석양은 왜 인간들에게 감흥을 주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 해맞이 광경을 보고 아름답다라며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 감탄이, 태양 빛이 지구의 대기와 만나면서 내는 다양한 빛의 향연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라는 생물이 지금껏 진화 되어오면서 보아온 수 많은 일출때문에 내재된 익숙함에서 오는 친근함인지 혹은 지표면의 수평적 형태와 태양의 원형적 조화로움 때문인지가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일출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떠한 시점에서 일출의 감흥이 느껴진다면 그 순간이 나라는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지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에 관한 질문이 현재 계획중인 작업입니다.

- 돈과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다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나 작업이 있나요 ?

  위에 언급한 빌게이츠 재단이 하는 일과 어느정도 맞닿아 있는 일을 계획중에 있습니다. 돈과 시간이 주어진다면~~ ^^

  일종의 어플리케이션인데 각종 뉴스나 궁금한 점에 관한 모든 것들을 모아서 집단 지식을 쌓아가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 특별히 추구하는 작업환경이 있나요?(음악, 조명, 향, 밤, 낮 등등)

  특별히 추구하는건 없고 충분한 크기의 작업 공간과 작업비용, 그리고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계시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KT2016 – 코리안투마로우 작가인터뷰

 

Q. 예술작업에 있어 원동력 혹은 주로 영감을 받는 곳이 있다면?

 

A. 저에게 있어서 가장 주요한 원동력은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열정은 개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보다는 사물 혹은 물질 자체나 실체적 현상을 통해서 나타납니다.

영감은 주로 작업 과정에서부터 형성됩니다. 먼저 표현할 대상을 선별하고 작품에 쓰이는 재료를 선택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핵심은 선택하는 주체가 작가 자신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다음 과정에서는 선천적이거나 혹은 후천적으로 경험하여 터득한 시각 논리 등을 통해 점차 이를 정리, 정제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점점 형성되는 작품의 단계별 아우라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저의 작업 영감은 “나와 작품이 완성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 상호 작용하며 형성 되어진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작업에 중요한 영향력을 준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해 주세요.

 

A. 작업에 영향을 주신 분은 지금도 작품활동을 하시는 아버님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 보다 더 중요한 영향력을 주신 분들은 학창시절의 여러 선생님과 화단의 훌륭하신 작가 선생님들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예전부터 관심 가져온 건축 쪽 일에 종사하게 될 때 입니다. 제가 기대한 건축은 기존의 설계나 디자인 방식 등을 벗어나 내부 인테리어, 가구, 조명, 설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부분에서 새롭게 창조되는 것을 원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건축 관련 일은 고객의 요구 사항이나 구조 및 관련 법령 등에 따른 제약이 너무 많다는 현실을 몸소 체험하면서 점차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제약 없이 최대의 자유가 주어지는 곳은 예술 분야라는 것을 깨닫고 작품 활동으로 다시 진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Q.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활발한 작업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중국으로의 유학과, 중국에서의 활동을 생각하시게 되었고, 두 나라에서의 경험이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궁급합니다.

 

A. 당시 중국으로의 유학은 아버님의 권유와 아버님의 소개로 알게 된 중국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 작가 분의 추천 등을 통해 이루어 졌습니다.

중국에서는 주로 언어가 통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보다는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자유롭게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중앙 미대 대학원 지도 교수님께서 제 작품에 대한 최대한의 자유를 허락해주시면서도 개념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단순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혼자 터득하게끔 기다려 주신 배려 등이 작품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천’이라는 이미지로 작업을 하시게 된 계기와 작업을 시작하신 시기는 언제인가요?

 

A. 천이라는 재료로 작업하게 된 계기는 표현할 대상의 근원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부터 입니다.

작업 초창기에는 이러한 근원이 작가 자신에게서 온다는 생각에 따라 자화상에 몰입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리는 행위 자체가 나라는 인격체와 매개체인 물감 등을 통해 표현된 작위적 성격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다른 방법을 강구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시도는 표현 기법 행위 자체를 단순화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표현할 대상이 가지고 있는 색과 질감을 물감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물질을 직접 붙이는 방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자화상 중에 본인이 입고 있던 의복의 천이 작품에서 직접 사용되고 얼굴은 표현 자체를 하지 않는 형태로 화면을 재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사물을 직접 붙이는 작업이 진행된 시기는 중국에서 작업하던 2008년경부터 입니다. 자화상 작업과 실재 사물을 붙이는 행위를 같은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보면 2005년경의 졸업 전을 준비하면서부터 라고 해도 무방할듯합니다. 

 

 

Q. 작업을 살펴보면 ‘천(패브릭)’과 ‘덮다’라는 두 가지 대표적인 상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천으로 덮인 대상은 내부가 사실 어떤 모습인지 뚜렷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인데요. 이렇게 ‘천으로 덮는다’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A. 천으로 덮인 대상을 표현하는 작업 행위는 특별하게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지는 않습니다. 작품 중에 "덮다" 시리즈는 실재 책상 위에 작업할 때 쓰인 물건들을 놓고 그 물건들을 천으로 덮음으로써 덮는 행위에 중심을 두었지만 "관계" 시리즈인 인체는 덮인 대상이 어떤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관계” 시리즈에서 인체 상부에 있는 도형 같은 형상은 인간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요소인 미네랄 같은 성분들의 결정 형태를 표현한 것입니다.

“관계” 시리즈의 얼굴 부위에 결정 형태를 대신 넣은 이유는 얼굴을 표현하면 눈, 코, 입 같은 중요 기관이 내 품는 에너지로 인해 작품이 지닌 매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시각적으로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네랄 같은 인체의 주요 성분들은 그 결정 구조가 대부분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기하학적인 결정 구조를 “관계” 시리즈의 얼굴 부위에 대신 배치하는 것으로 여러 요소가 하나의 작품에 포함되게 됩니다.

즉 “천으로 무엇인가가 덥혀 있는 것을 표현하는 행위”는 자연계를 상징하는 인체와 수학적 개념인 직선이라는 기호를 함께 배치하여 발생하는 작품의 아우라가 시각적으로나 개념적으로 균형이 맞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Q. 실제로 가까이서 보지 않고서는 평면 작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없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에 있는 작업을 하시는데요. 평면을 채색을 통해 입체로 전환하는 의도와 무엇을 참고하여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는 이미 13세기 화가 “Giotto”에서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그는 관습적으로 형상화된 교회의 재단화를 자연의 관찰에 근거한 사실적 표현으로 회화의 르네상스를 열어준 작가입니다. “Giotto”는 주어진 공간 안에서 사실적인 시점과 실제 존재하는 대상을 기본 바탕으로 하여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Giotto”의 작업 방식은 제가 작업하면서 추구하는 “더욱 실체에 가깝게 접근하려는 작업” 방식과도 일맥 상통합니다. 더 나아가 실재 사물을 붙여서 질감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의도는 작품에서의 형태와 질감 그리고 그림자 기법 같은 요소들이 서로 어울려 예상치 못한 어떠한 아우라를 내뿜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저는 대상이 지닌 실체에 보다 더 접근하기 위해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을 진행합니다.

 

 

Q. 작품들은 벽에 고정된 것이 아닌 벽에서 떨어져 부양하고 있는 듯합니다. 스포트라이트를 사용하여 작품에 그림자를 만들었는데, 이런 작품의 설치 방법을 사용하셨던 이유는 무엇인지요?

 

A. 그 이유는 작품을 바라 보았을 때 갤러리 벽면인 전시 공간과 작품과의 경계를 더욱 뚜렷이 할수록 갤러리에 속한 벽이라는 요소와 작가의 영역에 속한 작품이 갖는 이미지가 서로 물리적으로나 개념적으로 분리되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방법은 작품에서 양복 주름의 그림자나 상위 밑단의 그림자 처럼 그려진 가상의 그림자와 실재 작품의 형태를 따라 형성된 실재의 그림자와의 간극에서 벌어지는 가상과 실존이 공존함으로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더 확연히 보여지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Q. 한마디로 나의 작업(혹은 예술철학)을 표현한다면?

A. “현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관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이후 작업과 전시 계획들이 궁금합니다.

 

A. 앞으로는 현상적인 것들에 대한 연구를 중심 축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근래에 진행된 4번째 개인전에서는 오랫동안 관심 가져온 축광 물질과 빛 에너지에 대한 작업을 발표 하였습니다.

 이는 곧 어떤 물질에서 그 동안 표현되지 않았던 새로운 현상을 찾아 재구성해 나가는 등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Q.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으신지, 또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전달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과 물질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물질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보인다면 그 현상을 보고 인간은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한 감흥의 상태는 물질과 인간의 공통 요소를 통해서 발현됩니다.

그러한 감흥 상태에서 예술가들은 물질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여러 인자를 추출하고 새로운 논리 체계를 구성한 후, 그에 따라 물질을 재 배치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자체가 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이는 물질과 내가 맺은 특수한 연결 관계로 인해 돌출된 작업 혹은 작업 과정에서 보입니다

즉 인간과 물질 혹은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고 또한 “근원은 동질 하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는 아직은 한참 작품을 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정확히 말씀 드리기가 어렵네요. 욕심을 좀 부린다면 예술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쳐 인류가 더 발전 되는 방향으로 갈수 있게 할 정도의 지표를 제시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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